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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과 신뢰성의 차이
품질과 신뢰성은 자주 묶여서 불리지만, 다루는 시간 축이 다르다.
품질은 ‘출하 직후의 결함’에 가깝고, 신뢰성은 ‘오랜 시간 동안의 열화·고장’을 다룬다.
칩 하나가 출하될 때 정상 동작했더라도, 1년·5년·15년 뒤에도 같은 성능을 낼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칩이라면 영하 40도부터 영상 125도까지의 온도, 진동, 습기, 부식 환경에서 10년 이상 견뎌야 한다.
의료기기, 항공우주, 데이터센터 모두 비슷한 요구가 있다.
이 ‘오래 잘 동작하는 능력’을 검증·보증하는 것이 품질·신뢰성 엔지니어의 일이다.

신뢰성 욕조 곡선(번스인·정상수명·마모기)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신뢰성 시험의 종류와 의미
신뢰성 시험은 ‘짧은 시간에 긴 미래를 가속해서 보는’ 가속시험이 중심이다.
HTOL(High Temperature Operating Life)은 칩에 정상 전압을 걸어 둔 채 고온(보통 125150도)에서 수백수천 시간 동작시켜, 향후 수년간의 동작을 단축 시간 안에 모사한다.
HTSL은 동작 없이 보관만 한다.
TC(Temperature Cycle)는 -55도 ~ +125도 같은 온도 사이클을 수백·수천 회 반복해 다이·기판·솔더 접합 부위의 열적 응력 내성을 본다.
HAST(Highly Accelerated Stress Test)는 130도, 85% 습도 같은 가혹 환경에 노출시켜 패키지 침습·부식을 평가한다.
ESD(정전기 방전)·EOS(과전압)·래치업 시험도 표준이다.
자동차·산업용 표준(AEC-Q100 등)
자동차용 칩은 AEC-Q100(IC), AEC-Q101(개별 소자), AEC-Q200(수동소자) 같은 표준에 맞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표준은 동작 온도 등급(0/1/2/3, 1등급은 -40125도, 0등급은 -40150도), 시험 항목, 시험 시간, 합격 기준을 상세히 규정한다.
자동차용 SoC, MCU, DRAM, NAND, 전력반도체 모두 이 인증을 통과해야 하며, 인증 후에도 양산 단계마다 PPAP(Production Part Approval Process), 8D 대응 등 추가 품질 활동이 따른다.
결함 분석(FA)와 root cause
결함 분석(FA, Failure Analysis)은 품질·신뢰성 엔지니어의 ‘칼’과 같다.
한 칩이 고장 났을 때, 비파괴 검사(SAM, X-ray)로 패키지 내부를 보고, 이상 부위를 후속 디캡(decap)·CSAM·EMMI(Emission Microscopy)·OBIRCH·LIT(Lock-in Thermography)·FIB-SEM·TEM 같은 장비로 들여다본다.
단계마다 물리적 결함을 찾고, 회로 시뮬레이션·EDS 데이터·공정 이력과 결합해 root cause를 추정한다.
이 결과는 8D 보고서로 정리되어 고객사·내부 부서·공정·설계 모두에 피드백된다.
DPPM·FIT·MTBF 같은 지표
지표는 다양하다.
DPPM(Defect Parts Per Million)은 백만 개 출하 중 불량으로 돌아오는 개수이고, 자동차용 칩은 보통 한 자리수 PPM을 목표로 한다.
FIT(Failure In Time)는 십억 시간당 고장 수를 말한다.
즉 1 FIT는 약 11만년에 한 번 고장 나는 수준이다.
MTBF는 고장 사이 평균 시간이며, 신뢰성 모델(번스인, 정상수명, 마모기)을 따라가는 욕조 곡선(bathtub curve)으로 표현된다.
고객 RMA와 8D 프로세스
고객 RMA(Return Material Authorization)는 시장에서 발견된 불량이 회사로 돌아오는 흐름이다.
RMA가 들어오면 즉시 8D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D1(팀 구성)부터 D8(축하 및 종료)까지 8단계로 root cause·시정 조치·재발방지 대책을 정리하고, FMEA(Failure Mode and Effect Analysis)·관리도(SPC)·검사 기준에도 반영한다.
자동차 OEM은 한 건의 불량으로도 즉각 강한 시정조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품질 사고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회사 신뢰의 문제다.
이 직무는 데이터·통계·물리·공정·신뢰성 모델·고객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결합된다. ‘무엇을 어떻게 시험할 것인가’, ‘이 결함이 단발성인가 패턴인가’, ‘이 패턴이 양산 흐름의 어디에서 시작됐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화려한 직무는 아니지만, 자동차·AI 데이터센터·의료기기처럼 신뢰성이 곧 안전인 시장에서는 사실상 출하의 마지막 게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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