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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모델의 등장
파운드리 모델은 ‘설계와 제조의 분리’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1987년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에서 일하던 모리스 창은 TSMC를 세우고, ‘설계는 안 하고 오직 제조만 한다’는 사업 모델을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회사는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한 IDM이 표준이었기 때문에, ‘제조만 하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는 매우 의심스러운 시도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ARM·VHDL·EDA 도구가 발전하며 ‘설계 전용’ 팹리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파운드리는 그들의 핵심 파트너가 되었다.
파운드리와 IDM의 차이
파운드리와 IDM의 가장 큰 차이는 ‘누구의 설계를 만드느냐’다.
IDM(인텔, 삼성 메모리, 마이크론, ST마이크로 등)은 자기 설계를 자기 팹에서 만든다.
그래서 설계와 공정을 매우 긴밀하게 코디자인할 수 있지만, 다른 회사의 설계를 받아 만들 인센티브와 인프라가 약하다.
파운드리는 반대다.
자기 설계가 없는 대신, 수많은 고객의 다양한 설계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PDK(공정 설계 키트), 표준 셀 라이브러리, IO/PHY IP, 메모리 컴파일러, EDA 협력, 그리고 보안 관리까지 ‘남의 설계를 잘 받기 위한 인프라’가 핵심 자산이 된다.
첨단 노드 경쟁 구도
첨단 노드 경쟁 구도는 매년 좁아지고 있다. 7nm·5nm·3nm·2nm로 갈수록 하나의 팹 투자에 수십조 원이 들어가고, EUV 노광기 한 대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
이 비용을 감당하면서 양산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TSMC, 삼성전자, 인텔뿐이다.
UMC·GlobalFoundries는 첨단 노드 경쟁에서 빠지고 22~28nm·14nm 같은 ‘성숙 노드’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노린다.
중국의 SMIC는 미국 수출 통제로 EUV를 도입하지 못해 7nm급에서도 DUV 멀티 패터닝으로 우회 양산을 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파운드리가 제공하는 PDK·IP·EDA 협력
파운드리가 제공하는 PDK는 단순한 ‘설계 규칙 모음’이 아니다.
트랜지스터 모델, 인터커넥트 RC 모델, 표준 셀 시뮬레이션 모델, 신뢰성 모델이 통합돼 있고, EDA 도구(시놉시스·케이던스·시멘스)와 호환된다.
IP 라이브러리에는 PCIe·DDR·USB·HBM PHY, 시리얼라이저/디시리얼라이저(SerDes), 프로세서 코어 IP가 포함돼 있어, 팹리스가 직접 설계하지 않아도 모듈 단위로 IP를 가져다 쓸 수 있다.
이 생태계가 두텁고 검증돼 있을수록 ‘이 파운드리에 맡기면 첫 실리콘에서 잘 동작한다’는 신뢰가 쌓인다.
수율과 양산 안정성
수율은 파운드리의 본질이다.
같은 노드, 같은 디자인이라도 파운드리에 따라 첫 양산 수율이 크게 다를 수 있고, 이는 곧 단가와 출하 일정에 직결된다.
그래서 파운드리는 결함 검사·결함 분류·SPC 통계공정관리·실시간 공정 보정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또 ‘공정 빈(process bin)’ 개념을 도입해 같은 다이라도 동작 가능 주파수·전력에 따라 분류·판매한다.
양산 안정성은 단순한 공정 기술이 아니라 운영 노하우의 영역이다.
후공정·첨단 패키징과의 연결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은 최근 파운드리의 새로운 경쟁축이다.
TSMC는 CoWoS(Chip-on-Wafer-on-Substrate)와 InFO 같은 자체 패키징 기술을 들고 있고, 삼성전자는 I-Cube, X-Cube를, 인텔은 EMIB, Foveros를 보유한다.
AI 가속기 같은 대형 칩은 ‘로직 다이 + HBM 4~8개’ 조합이 표준이 되면서, 파운드리가 패키징 캐파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곧 시장 점유율로 이어진다.
CoWoS 캐파 부족으로 NVIDIA H100·B200 출하가 제한된다는 보도가 반복되는 이유다.
한국 파운드리의 위치
한국 파운드리의 위치는 ‘세계 2위지만 격차가 큰 추격자’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nm GAA를 가장 먼저 양산 발표했지만, 양산 수율과 대형 고객(NVIDIA, AMD, Apple) 확보에서 TSMC에 뒤져 있다.
동시에 텔레칩스·LX세미콘 같은 한국 팹리스, 자동차·디스플레이 구동 IC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파운드리는 메모리만큼 큰 사업은 아니지만,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다뤄진다.
파운드리 (Foundry)와(과) 관련된 반도체 채용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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