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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가 하는 일
트랜지스터는 ‘작은 전기 신호로 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부품이다.
이 한 문장 안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두 세계가 모두 들어 있다.
디지털 회로에서는 트랜지스터를 ‘스위치’로 쓴다.
게이트에 일정 전압을 걸면 채널이 열리며 전류가 흐르고(=‘1’), 전압을 빼면 전류가 멈춘다(=‘0’).
이 단순한 켜고 끔의 조합으로 우리가 쓰는 모든 컴퓨터 연산이 이루어진다.
아날로그 회로에서는 같은 트랜지스터를 ‘증폭기’로 쓴다.
작은 입력 변화가 큰 출력 변화를 만들어 내는 성질을 활용해 오디오 앰프, 무선 송수신기, 센서 회로가 만들어진다.

평면 MOSFET의 기본 구조와 채널 형성 모식도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BJT와 MOSFET의 차이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BJT(Bipolar Junction Transistor)다. 1947년 쇼클리·바딘·브래튼이 벨연구소에서 점접촉형 트랜지스터를 시연한 뒤, 진공관을 대체하며 라디오·계산기·초기 컴퓨터의 핵심 부품이 되었다.
BJT는 전자(electron)와 정공(hole) 두 가지 캐리어를 모두 사용해 ‘bipolar’라는 이름을 얻었고, 베이스 전류로 컬렉터-에미터 전류를 제어한다.
동작 속도와 전류 구동 능력은 좋지만, 정적으로도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집적도가 매우 높은 디지털 회로에는 부적합했다.
MOSFET의 동작 원리
이 한계를 깬 것이 MOSFET(Metal–Oxide–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이다.
MOSFET은 게이트 전압이 만드는 ‘전기장’으로 채널을 형성·차단해 전류를 흐르게 하기 때문에, 게이트로 흐르는 정적 전류가 거의 없다.
즉, ‘쉬는 동안에는 전기를 거의 안 쓰는’ 구조다.
이 특성 덕분에 수십억 개를 한 칩에 집적해도 전력이 폭주하지 않는다. 1960년대 이후 CMOS(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 구조로 묶이면서, 사실상 모든 디지털 칩이 MOSFET 기반으로 통일되었다.
평면 → FinFET → GAA 구조 진화
MOSFET의 동작은 ‘게이트 – 절연막 – 채널’ 3층 구조로 이해하면 빠르다.
게이트에 양의 전압을 걸면 절연막 아래 채널 영역의 전자가 끌려 와서 ‘반전층’을 만든다.
이 반전층이 소스와 드레인을 잇는 전기 통로가 되어 전류가 흐른다.
게이트 전압이 일정 값(=문턱 전압, Vth) 이상이어야 채널이 만들어지므로, Vth는 트랜지스터의 가장 중요한 파라미터 중 하나다.
미세화의 도전 과제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평면 MOSFET은 한계에 부딪쳤다.
채널이 짧아지면 게이트가 채널을 충분히 ‘쥐지’ 못해서 누설 전류가 폭증하는 ‘short channel effect’가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2nm 전후에서 등장한 것이 FinFET이다.
채널을 평면이 아닌 ‘지느러미(fin)’ 형태로 세워 게이트가 3면을 둘러싸게 만든 구조다.
게이트 제어력이 강해져 누설 전류가 줄고 동작 전압을 낮출 수 있었다.
인텔이 22nm에서 처음 양산 도입했고, 이후 TSMC·삼성이 모두 채택했다.
메모리 vs 로직에서의 트랜지스터
3nm 이하에서는 GAA(Gate-All-Around) 또는 나노시트 구조가 등장한다.
채널을 얇은 시트로 만들고 게이트가 사방을 감싸는 형태다.
삼성전자는 3nm GAA를 2022년에 가장 먼저 양산 발표했고, TSMC는 N2 노드(2nm급)에서 GAA를 도입한다.
더 미래에는 nFET와 pFET를 위·아래로 적층하는 CFET, 2차원 물질(MoS₂, WSe₂)을 채널로 쓰는 2D 채널 트랜지스터, 그리고 강유전체를 게이트 절연막에 도입해 비휘발성 동작을 노리는 FeFET 같은 후보들이 연구되고 있다.
차세대 소자: CFET, 2D 채널, 강유전체 트랜지스터
메모리와 로직에서 트랜지스터의 역할은 미묘하게 다르다.
로직에서는 빠른 스위칭과 낮은 누설이 우선이라, 게이트 산화막 두께·일함수 금속·채널 스트레인 같은 파라미터를 정밀하게 튜닝한다.
D램에서는 셀 트랜지스터 하나가 커패시터 하나와 짝을 이루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셀이 너무 작아져서 BCAT(Buried Channel Array Transistor) 같은 전용 구조가 사용된다.
낸드는 셀 자체가 ‘플로팅 게이트’ 또는 ‘charge trap’ 구조를 가진 특수한 MOSFET이다.
즉, 같은 ‘트랜지스터’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응용에 따라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미세화의 본질은 ‘작게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되 전력은 더 적게 쓰면서 속도를 더 내는 것이다.
그래서 트랜지스터를 공부할 때는 채널 길이/폭, 문턱 전압, 이동도, 누설, 기생 저항·커패시턴스 같은 파라미터들이 어떻게 트레이드오프 되는지를 같이 보는 것이 좋다.
한 가지를 좋게 하면 다른 한 가지가 나빠지는 ‘스케일링의 역설’이 트랜지스터 개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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